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전단지를 하나 받았는데,
뭔가 하고 펼쳐보니, 두둥.
'여성전용 핫요가 스쿨. 5만원'
아니, '여성전용' 핫요가 스쿨 전단지를
왜 나한테 주냐고!
난 남성이라고, 법적으로든 생물학적으로든.
하긴, 곱상하게 생긴 데다(!)
수염도 말끔히 밀었고,
마침 매니큐어까지 바른 상태였으니
(그것도 비비드 컬러로)
아줌마가 착각할 만도 하지만.
뭐, 절대 다수의 남성들처럼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꽐라 될 때까지 술 퍼붓기를 일삼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혼자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데다가
셀카를 일삼고, 키덜트 인형도 사 모으고, 심지어 매니큐어까지...
그러니 평상시에 나도 모르게
여성적인 오라(?)가 발산되는 건지도.
에잇, 이 애매모호한 성 정체성, 어쩔 거야!
그렇다고 뭐, 여자가 싫고 남자가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저, 저, 저, 절대 아니다 =_=;; (무슨 큰일 날 소리를!).
난 100% 어엿한 스트레이트라고, 스트레이트. 이성애자.
좌우간, 이다지도 흐물흐물한 내 성별의식의 기원은
세월을 거슬러 오른 먼 과거에 있다.
어릴 적, 나(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는 줄곧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그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지하게도 아니꼽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을 순순히 들은 적도 없었다.
틈만 나면 부엌에 기어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그런데 왜 아직도 요리 실력은 요 묘양 요 꼴인지..;)
공기놀이에 인형놀이를 일삼고,
심지어 여자 절로 세배를 한 적도 있다.
자주 만나는 사촌들이 다들
누나고 여동생이어서 그랬는지,
그냥 배배 꼬인 심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둘 다였던 거 같다)
여자가 어쩌구~
남자가 저쩌구~
지나가는 말이라도 이런 헛소리(라고 쓰고 개소리라고 읽는다)를 들으면
몹시도 혐오스러운 기분이 들고 빈정이 팍 상해버렸다.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의심될 정도로.
지금도 그런 성향은 여전하다.
개미 손톱만큼도 안 변했다.
그래서 '결혼할 땐 8대2, 이혼할 땐 5대5'
따위의 저질 마인드에 분노하는 것이고.
...각설하고, 오늘은 웬일인지
지하철 역이고 마을버스 정류장이고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어서
그냥 땀 뻘뻘 흘리면서 20분 넘게 걸어왔다.
그런데 집 100m 앞까지 올 동안
마을버스가 한 대도 안 지나갔다.
그럴 땐 왠지 모를 쾌재를 부르게 된다.
아싸~! 차비 굳었다! -_-v
뭐 어차피 기다렸다가 마을버스 타고 간다고
훨씬 빨리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그 안도 아수라장일 테니
걷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지도 않을 거고.
오늘도 무려 600원이나 아꼈다, 랄랄라.
하긴, 출근할 때 택시만 안 타고 다녀도
하루에 그 열 배는 세이브할 수 있을 텐데. 에잉.
- 2012/08/0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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