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저녁밥을 먹으면서
잠깐 TV를 틀었는데,
폭염 앞에서도 염연히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돈이 없어 비좁은 쪽방에 사는
독거노인들이 불볕더위에 시름하고,
한여름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농촌 서민층은 자꾸 죽어나가고 있다고.
지난번에 도라에몽 극장판을 보면서
몇 년간 축적해온 눈물을 모두 소진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뉴스를 보고 또다시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초고도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계층간의 틈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서민들이 더 못사는 서민을 돕지 못한다면
누가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일순 혼란스러워졌다. 안 그래도 엉켜 있던 마음속이.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부유층 인사들이불법으로 만든 자신의 클론을 죽이고서
그 장기를 빼내 자기 몸에 이식하며 목숨을 연명한다.
[인타임]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시간(수명)마저 돈으로 산다.
돈 없는 놈은 그냥 일찍 뒈지라는 얘기다.
[인타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현실 세계의 사람들도 돈으로 시간을 사기는 마찬가지다.돈 좀 있다 싶은 서민들은 택시를 타고,
다 쓰기도 힘들 정도로 돈이 썩어나는 사람들은
기사까지 고용해서 초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돈이 없으면 느려터진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한다.
차비 낼 돈도 없으면 관절이 닳아 없어지든 말든
100리고 200리고 하염없이 걸어가야만 하고.
시간, 수명, 건강, 사랑, 결혼, 가족, 꿈, 권력, 목숨, 유전자...
신부(新婦)는 신랑(과 그 집안)의 돈에 팔려 가고,
어린 아이들의 꿈은 빈곤의 무게에 눌려 시들어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이제 남아 있기나 할까?
이런 심각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보편적 복지 정책인데,
최근 얌체 같이 간판만 슬쩍 갈아치운
한국의 모 정당과 그 지지세력들은
그 얘기만 나오면 게거품을 물고 손가락질만 한다.
'무조건적인' 복지가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고
실업자가 들끓게 만든다느니, '좌빨 정책'이라느니,
북유럽이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망했다느니,
되먹지도 않은 공상구라소설을 써제끼면서.
...국민 평균 두뇌용량이 자기네보다도한참 떨어지는 줄 아나 보다(그게 가능하긴 하냐?).
우리 회사에서 최근 출간된[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는 책을 보면
그자들이 푸는 구라가 얼마나 수준 딸리는 것인지
대번에 눈치 깔 수 있다.
예컨대 무상교육 제도에 관해서는
이런 얘기가 실려 있다.
그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나이도 문제지만 경제 문제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사업하면서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시골에 집도 한 채 마련하고 휴가를 다니면서 쓴 것이 많았기에
의학을 다시 공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상교육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공부를 하는 동안 보조금까지 지원되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의대 학부과정을 마치고 의학박사과정까지 무상교육에 학비지원금 혜택이 주어졌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은 어릴 때부터 품고 있던 의사의 꿈을
나이가 들어서도 주저하지 않고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일을 안 하는데도 돈을 주는 게 아니라극빈층, 최하위층보다 수입이 쬐끔만 더 높아도
절대 아무런 복지 혜택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그들의 사고방식에 있는 거다.
사람들이 다 자기들 같은 줄 아나?꿈도, 하고 싶은 일도, 살아갈 이유도 의미도 없이
기생충처럼 꾸물거리면서 남의 피나 빨아먹다 죽게.
하긴, 미광(微光)조차 들지 않는
끝도 없이 깊은 우물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질 않으니
문제의 부스러기라도 어디 파악이 되겠어?
이래서 총선이 중요하고 대선이 중요한 거다.2007년 말에 유권자 다수의 실책으로
한반도에 디스토피아가 도래해버렸고,
2012년 상반기에도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투표를 하련다.
그게 깊고 어두운 나락에서 우리를 건져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무이한 길이니까.
- 2012/08/07 23:57
- ELNEGRO.egloos.com/296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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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세율 낮췄더니 오히려 세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아시나요? 명목세율 올리면 세수는 완전히 쪽박날겁니다. 복지를 하느냐 마느냐는 둘째치고 세율 올리면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것은 망상입니다.